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로 법정 구속을 면했다.
법원, 징역 3년·집행유예 5년…"국가·사회 지원 부족"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아무리 피해자인 딸의 어머니라고 해도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고,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38년 동안 몸이 아픈 딸을 돌봤고, 딸이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잠이 든 상태를 확인하고 범행했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8년간 피해자를 돌봤다”며 “피고인은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의 선처에 피고 오열
공판에서 피고는 "제가 딸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며 "죄가 너무 크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범행) 당시에는 버틸 힘도 없었다"며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울먹였다.
피고의 딸은 난치성 뇌전증에 좌측 편마비가 있었고 지적장애까지 앓는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었다. 피고는 오히려 누구보다 극진하게 딸을 키웠다. 하지만 사건 발생 4개월 전인 지난해 1월 딸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피고의 아들이자 피해자의 동생은 "어머니는 누나가 대장암 진단을 받자 많이 힘들어했지만, 항암을 희망으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다"며 "혈소판 수치가 감소하면서 항암마저 중단했고 누나 몸에 멍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는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짐작했다. 아들의 선처에도 공판 당시 검찰은 피고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도 이번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정 밖에 나와서는 소리 내어 울며 오열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이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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